시인들이나 소설가들이 가장 많이 젖어드는 꽃이 동백꽃이다. 늘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머릿속에 살아나는 대상이 되고,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나는 언어가 된다. 그 붉은 꽃잎도 시가 되고, 꽃잎이 떨어지는 것조차 언어가 된다. 시린 겨울에 피어나는 것도 시가 된다. 동백나무의 특징은 많다. 사철 푸른 것이 그것이요, 겨울에 꽃이 피는 것이 그것이다. 꽃이 가지 끝에 한 개씩 달리고 붉게 피는 것이 그것이요, 꽃잎이 5~7개가 밑에서 합쳐져서 비스듬히 퍼져 피다가 떨어질 때 함께 떨어진다. 붉은 꽃잎 속에 노란 암술과 수술이 있어 동박새가 꿀을 찾는 것이 그것이다. 즉 새가 꽃가루를 수분하는 꽃이다.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 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 그예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 - 고재종의 시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중에서
미천굴은 제1굴의 길이가 398m 이고, 제2굴은 약 1320m이다. 굴엔 종유석, 석순, 연못, 다층굴, 용암계단 등이 분포하는 화산 동굴로서는 다양한 형태를 갖고 있다. 현재 공개되고 있는 구간은 365m이다. '원초적인 암흑의 지하 공간은 인간으로서의 정신적인 원점에서 인간의 본질과 미래에 대해서 사색하고 추상하는 창조의 공간이라 자부합니다'라는 안내와는 달리 굴 안엔 조명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주변을 잘 관찰할 수가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굴속에서 자라고 있는 이끼류와 고사리류의 식물들이었다. 작은 고사리잎들이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산책길에 붉게 피어 있는 꽃이 눈에 띄었다. 바로 동백꽃이었다. 겨울철에 볼 수 있는 꽃이 거의 없는데 붉게 만발한 꽃이 당연히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보았다. 가지 끝마다 한 송이 씩 나온다는 동백이 나무 가득 피어 있지 않은가?
나무 가득 피는 동백꽃, 그 꽃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꽃이 아니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꽃은 꽃잎이 단아하게 둘러 있고, 안엔 노란 꽃술들이 있는 꽃이다. 그런데 이 꽃은 꽃잎이 겹겹이 포개져 피어 있었다. 화려한 동백꽃을 보려고 나무를 개량한 꽃이었다.
제주도 성읍민속마을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우리를 맞았다. 이 마을 출신으로 10년 동안 안내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 대신 무료로 자랐고, 학업도 마을에서 지원하여 마쳤다고 했다. 말똥을 바른 벽이 아궁이의 불을 흡수하여 따뜻하다고 했다.
너무 반가웠다. 바닥엔 아직 모감모감 통째로 떨어진 꽃도 없었다.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수줍은 듯 렌즈를 자꾸 피하는 것 같았다. 고재종 시인이 노래한 백련사의 동백이나 김용택이 노래한 선운사 동백과 같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그 붉음을 전해 주었던 바로 그 동백이었다.
꽃잎의 붉음도 어찌 그리 따뜻한지, 깨끗한 느낌의 단아함이 드러났다. 붉은 꽃잎이 에워싸고 있는 꽃술은 더욱 노랗게 떨렸다. 동박새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꽃은 그렇게 피어 있었다. 관광버스가 출발한다고 경음기를 몇 번이나 눌러댈 때까지 그 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
'마음의 휴식 > 좋은글,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지대교로 더 가까워진 완도의 다도해 (0) | 2009.03.21 |
---|---|
'Photo 스토리'의 박용덕 칼로 물베기 (0) | 2009.03.21 |
스위스같지만 아닙니다 / 대관령 목장 (0) | 2009.03.21 |
사진으로 보는 황홀한 세계 (0) | 2009.03.21 |
*♡♣ 남편과 아내사이 ♣♡* (0) | 2009.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