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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한국인, 왜 사망률이 높은가

박영복(지호) 2009. 3. 19. 08:30

[머니투데이 전현기 중국우리은행 영업추진부장][[머니위크] 전현기의 차이나리포트]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 숫자는 지난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2007년에 약 70만명까지 도달했다가, 지난해 불어 닥친 세계경제의 위기 여파로 2008년 말에는 10만명이 줄어든 6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60만~70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에 거주하면서 2008년 1년간 172명이 질병과 사고 등으로 사망했다고 지난 2월16일 주중 한국대사관은 밝혔다.

중국에서 교민 10만명당 28.6명이 한해에 사망한 셈으로 사망자 숫자로만 보면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거주하는 교민보다도 많은 편이다. 한국 내 사망자수와 비교해 보더라도 2007년 한국 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12.7명인 것과 비교해 보면 2배를 웃도는 비율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노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데 반해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60세 이하의 경제활동 인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사망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대사관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질병 등으로 인한 일반적인 원인의 사망이 11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교통사고 사망자 33명, 자살자 20명, 범죄사건으로 피살된 사망자가 3명이다. 지역별로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칭다오에서 사망자가 53명으로 가장 많고 선양이 40명, 광저우가 29명, 베이징이 25명이다.

◆낙후된 교통 문화와 의료시설이 사망률 높여

왜 이렇게 중국에서 한국인의 사망률이 높은가?
필자는 가장 큰 원인을 중국의 빈번한 교통사고와 취약한 의료시설에서 찾아본다.
중국의 교통질서와 자동차 문화는 상당히 낙후돼 있다. 중국에서 택시를 타 본 사람들은 그 스릴 넘치는 운전사의 운전솜씨(?)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도로 아무데서나 유턴을 하고 횡단보도에 보행신호가 들어와도, 행인들이 길을 건너도 경적을 울리며 질주한다. 행인들도 신호를 무시하고 대로를 무단횡단 하는 것이 다반사다.

상하이나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음주운전이 거의 없지만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는 음주운전 측정이 없다보니 음주운전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밤중에도 고속도로나 국도에 전광등을 켜지 않고 정차해 있는 트럭들은 교통사고의 주범들이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는 역주행 차량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 상사 주재원의 말처럼 지방 출장 시에는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것 같다는 말이 필자에게는 이해가 간다.

이러한 원인들 때문인지 중국의 차량보유대수는 전 세계 차량의 8%에 불과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전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16%를 차지하며, 교통사고 치사율은 세계 평균치의 6배에 달한다. 2008년 한해에 중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7만3484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0%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10년째 세계 1위다.

중국의 의료시설이 취약하다는 것이 한국에 크게 알려진 것은 지난해 주중대사관에 근무하던 공사가 베이징 시내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 내에서도 의료사고가 연이어 보도되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다. 입원한 환자들에게 오염된 마취제나 주사액을 투여해 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입국 시 긴장감 갖고 안전에 신경 써야

중국은 병원들을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다 보니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의사에 대한 처우와 의사 수입이 매우 떨어진다. 물론 대학병원도 많지만 대학 자체가 국립이어서 대학병원의 의사 수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아직까지 의료계가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곳이 아니고, 의료 수준도 상당히 후진적이다. 중국 병원에 가면 병명에 관계없이 링거부터 준다는 우스개 말을 교민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숱한 의료사고를 목격해 온 한국인들은 한국계 또는 외국계 병원을 찾고자 하지만 1회 진료비가 1000위안(20만원)에 달하는 비용에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사망자가 많은 칭다오의 경우 물론 거주자가 가장 많기도 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등에 비해 의료시설이나 교통시스템이 뒤떨어지는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선양은 칭다오보다도 더욱 환경이 떨어져 교민 숫자가 많은 베이징과 상하이보다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의 교통시스템과 의료시설만 탓할 게 아니라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이나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무슨 이유로든지 중국에 오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개탄의 얘기를 마음에 잘 간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에 입국할 때는 긴장도 하고 조심하는데, 중국에 입국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긴장을 푸는지 모르겠다. 중국에 오는 사람들이나 교민들이 조금만 더 중국법을 지키고 외국이라는 생각으로 안전에 신경 쓴다면 좀 더 사고가 줄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