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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는 한국 유학생들

박영복(지호) 2009. 3. 12. 08:03

허리띠 졸라매는 한국 유학생들

 
김부식 애니차이나 사장·중국 베이징 거주
경제위기와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가 겹쳐 중국 베이징의 한국인 사회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부모에게 의지하는 유학생들은 이번 위기로 생활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의 환율은 1위안에 130원 정도였다. 현재는 1위안에 230원 안팎이다. 1년 전 한국에서 부모가 원화 130만원을 보내면 중국에서 1만위안으로 바꿀 수 있었다. 지금은 130만원을 보내면 5652위안밖에 되지 않는다. 1만위안으로 바꾸려면 230만원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유학생 G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중국에 유학을 와서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부모 덕에 베이징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생활을 유지했다.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 노선에는 관심이 없었다. 학교 식당의 음식이 어떤 맛인지도 몰랐다. 평소 택시를 타고 식사는 비싼 한국 식당에서 했다. 물건은 백화점에서 사고 술집에 가는 것은 일상사였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부모의 회사가 경제위기로 타격을 받은 데다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이 많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대학 1년 학비는 2만3000위안 정도로 예전에는 300만원이면 가능했다. 지금은 500만원으로도 부족하다. 더욱이 베이징은 물가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외식을 포기하고 집에서 직접 밥을 해먹는다. 예전에 한 끼당 몇십 위안을 쓴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런 변화는 한국 유학생의 생활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G군은 교통카드를 구매했다. 이 카드가 있으면 2위안(약 460원)이면 베이징의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만약 버스노선이 있는 곳이면 버스를 탄다. 버스비는 0.4위안(약 92원)이다. 택시를 타고 다니던 것과 너무 다른 생활이다. 우다오커우(五道口)는 한국 유학생이 집중된 곳이다. 이전의 경우 방을 구하기가 힘든 이곳이 이제는 방값을 내려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S원장은 “학원비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등록한 학생이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중국의 물건 값이 싸다는 유리한 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설에 귀국했을 때 대형 마트에 간 적이 있다. 작년 설 때만 해도 중국에서 한화로 1000원 하던 물건을 한국에서는 7000~8000원을 줘야 살 수 있었다. 이번 명절 때에는 4000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했다. 베이징에 돌아와 옷가게를 둘러봤다. 베이징의 옷 가격이 오히려 한국보다 비싼 경우가 많았다. 유사제품이 한국에서는 세일 가격으로 3만원 이하에 살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200위안(약 4만6000원)이었다. 중국 물건이 싸다는 말도 옛말이 돼 버렸다.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의 경우 음식점, 부동산중개소를 비롯해 많은 한국 업체가 문을 닫았다. 곳곳에 세를 준다는 문구가 눈에 띄고 ‘할인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이렇게 생활이 어려워지자 이곳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작은 집으로 세를 옮기거나 아예 외곽으로 나가고 있다. 왕징에는 원래 약 7만명의 한국인이 거주했다. 이미 2만명 이상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한국인 업체의 3분의 1이 문을 닫았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렇듯 불경기와 환율이 베이징의 한국인 생활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