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맨에서 펜션 주인으로, 한규환·김소현 부부 |
삼성 사내 커플, 펜션 주인이 되다 홍천에 있는 동화 속 집처럼 예쁜 펜션. 오는 6월까지 주말 예약이 꽉 찼을 정도로 인기 있는 이곳(광고가 아니니 펜션 이름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은 30대 초반의 젊고 감각 있는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른 살, 서른 한 살의 결혼 4년 차 부부인 한규환·김소현 씨가 그 주인공. 게다가 부부 모두 삼성에 다니던, 한마디로 잘나가던 엘리트 직장인이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삼성 입사 동기로 만난 부부는 각각 삼성정보통신과 삼성 SDA에서 최고 연봉과 대우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서로 생각이 비슷해 금세 친해져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시골생활을 꿈꾸게 되었다. “결혼한 해 가을부터 둘이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여행을 다니다 보니 막연히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생기더군요. 봉평 메밀꽃 축제에 갔을 때였나, 물결치던 메밀꽃밭을 바라보며 ‘우리 정말 시골에서 살까?’ 말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죠.”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을 현실로 이루다 아내 김소현 씨는 꼼꼼하고 싹싹한 타입이라 직장생활에 잘 적응해나갔지만, 남편 한규환 씨는 입사 2년 차가 될 무렵, 막연히 환상을 갖고 있던 직장생활이 ‘별것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좋은 상사 덕에 2~3년 동안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었고, 그 시간에 ‘나중에 시골에 예쁜 집을 짓고 살자’는 계획을 서서히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부부는 집 짓는 동호회에 가입하여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목공 일도 배우며 인테리어에 대한 공부를 서서히 시작했다. 또 시간이 나면 이곳저곳으로 집터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처음 계획은 5년 뒤쯤 시골에 예쁜 집을 짓는 것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5천만원으로 홍천에 있는 땅을 사게 되었다. 2004년 아이를 낳고 출산 휴가를 마친 아내가 먼저 회사를 그만뒀다. 뒤이어 남편 한규환 씨도 7개월 동안 육아 휴직을 가진 후 회사에 복귀했는데 마침 새로 온 상사로 인해 지나친 철야와 야근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틀에 박힌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이들은 예상보다 빨리 덜컥 일을 벌이게 되었다. 물론 부부 모두 ‘이곳이 아니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천에 땅을 산 것은 스키를 좋아하는 남편과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고, ‘시골의 예쁜 집’을 펜션으로 운영하기로 한 건 경제 활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펜션을 열었지만 홈페이지를 운영하자마자 이들은 금세 유명해졌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 진정한 휴식을 위한 배려, 남다른 인생관을 나눌 수 있는 주인장까지, 펜션을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의 단골이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서 3년 안에 빚 갚자’, ‘주말에만 손님을 채우자’던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되고 있다. “올해 번 돈으로 두 사람이 똑같이 용돈을 나눠 가졌어요. 저는 갖고 싶었던 오토바이를 샀고, 아내는 아이들 데리고 1개월간 유럽 여행을 떠났죠.” 그래서 소현 씨는 인터뷰할 시점에 뉴욕, 파리, 일본, 도쿄를 경유하는 2달간의 여행길에 올라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레스토랑 등을 비롯한 새로운 펜션 확장 사업에 필요한 자료도 모아올 예정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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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 지금 하라 기사를 위해 인터뷰를 요청하자 아내 소현 씨는 먼 이국 땅에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소현 씨가 20대 중반일 때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는 “나중에 나이가 들면 꼭 이렇게 살자”는 류의 말씀을 많이 하셨단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래서 소현 씨는 ‘한 번 사는 인생, 정말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슴 깊이 품게 된 것. 이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잘 먹고 잘사는 노후보다는 원하는 걸 하면서 사는 마음이 풍요로운 노후를 꿈꾸게 되었다. “노후 대책의 다른 말인 ‘멋지게 죽음을 맞이하는 삶’이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대로 사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남들이 연금이나 부동산, 펀드 상품을 검색해보고 비교해보는 시간에 저는 저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자문해보았고, 30대에 시작하는 나만의 노후 대책으로 이 길을 선택한 거죠. 저의 60대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은 30년간 키워나갈 우리 가족의 정신적인 풍요로움은 확신할 수 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