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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수출-떠오르는 중국 시장

박영복(지호) 2007. 1. 18. 16:07
신도시 수출-떠오르는 중국 시장
“중국에 신도시 한류 바람 일으켜라”
최근 주택난 해결 위한 거주구와 도시의 부심 기능 갖춘
개발구, 대학도시 건설 붐 일어
중국 젊은이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아파트와
온돌ㆍ아랫목 주거문화에 친밀감

▲ 중국 베이징의 부동산 박람회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 됐다. 1992년 8월 한ㆍ중 수교 당시 50억달러였던 교역 규모는 10여년 만인 2005년 약 1005억달러로 커졌다. 중국에게도 한국은 세 번째 교역국이다.

그러나 한국 건설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만만치 않고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는 물론 시공기술도 우리 업체를 이미 따라잡았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던 중소 건설업체들은 동남아나 중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같은 노력과 비용이면 중동이나 동남아 건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중국 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적으로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다. 전략적 우선순위와 시기를 조정할 수는 있어도 해외 건설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정면승부가 어려우면 우회하거나 틈새시장을 찾아내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신도시 건설 노하우는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신도시와 거주구 개발의 흐름을 보면, 1980년대에는 외자유치를 위한 경제특구와 대도시 내 개발구 건설이 주종을 이뤘다. 1990년대 후반기부터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시구(市區)와 교외지구에 외국인과 내국인 고소득층을 위한 고급 아파트 단지와 별장촌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중국 건설시장에서는 최근 신도시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 ‘신도시’의 개념은 한국과 다르다. 분당·일산 규모가 아니라 안산이나 울산처럼 자족적인 대규모 도시를 새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기존 도시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새로 조성하는 신시가지는 ‘거주구’라고 불린다. 정확히 말하면 거주구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대도시 인구 집중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도시의 중심지를 분산하는 도시공간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교외에 부심(副心) 기능을 갖춘 개발구를 만들거나 대학도시(大學城) 형태의 신도시 개발이 증가하고 있다.

▲ 중국의 고급 아파트 내부 모습.
한국의 신도시 건설 경험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높다. 중국 상하이시는 1999년 8월부터 2000년 9월까지 한국 국토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 신도시에 대한 연구를 추진했다. 상하이시 도시계획설계연구원(上海市城市規劃設計硏究院)과 국토연구원이 함께 연구한 주제는 ‘서울과 상하이 대도시권의 주택문제 및 신도시 개발정책 비교연구’였다. 급속한 도시 성장으로 주택 부족과 도시 기반시설난을 겪던 상하이시는 한국의 분당·일산 등 신도시 개발 노하우에 대한 공동연구를 시작으로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협력을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국토연구원의 내부 사정으로 인하여 일회성 연구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한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은 계획과 건설 과정의 졸속, 획일적인 주거환경 등으로 인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 후유증으로 신도시 개발은 한동안 주춤했다.

그러나 용인 등에서 준농림지 규제 완화에 따른 난개발 사태를 겪으면서 신도시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대두했다. 짧은 시간에 계획적으로 대량의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주거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은 신도시 이외에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판교, 송파, 김포, 양주, 평택, 검단, 수원(광교), 파주 등 수도권 여러 지역에서 신도시 건설이 추진됐다. 이 밖에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가히 신도시 열풍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한국 건설업체들은 신도시 설계 및 시공 능력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체감하는 한국 신도시 경험의 가치는 더 크다.

중국을 강타한 ‘한류(韓流) 열풍’은 한국식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중국 젊은이 사이에서는 드라마를 통해 본 한국식 주거문화에 대해 친밀감과 ‘온돌’로 대표되는 바닥 난방에 대한 선호 풍조가 생겨났다. 중국 현지에서 느끼는 한류의 열기와 영향력은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크다.

예컨대 TV에서 방영되는 한국 연속극은 ‘한극(韓劇)’이라 불리는데,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하루 평균 두세 편 이상을 만나게 된다. 중국인이 겨울연가, 옥탑방 고양이, 파리의 연인, 보고 또 보고, 순풍산부인과 같은 ‘한극’에 열광하는 이유는 드라마의 배경과 소재, 내용이 보통사람의 일상생활 속 이야기이고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소 황당한 무협영화나 왕실과 영웅 등 거창한 이야기 일변도인 중국 드라마와 다르다는 것. 중요한 사실은 이 같은 ‘한극’을 통해서 한국의 아파트와 좌식생활 모습 등을 자주 접하면서 친밀감과 호감을 가지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를 건설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온돌’과 ‘아랫목’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바닥 난방 방식을 전략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바닥 난방의 우수성과 강점은 일단 경험한 사람은 그 쾌적함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든다.

중국에서도 최근 바닥 난방을 경험한 사람이 그 쾌적함을 전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별히 흥미로운 점은 강남, 즉 양쯔강 이남 지역의 바닥 난방 시장이다. 비교적 따뜻한 이 지역은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난방설비 설치를 금지했던 곳이다. 그러나 상하이를 비롯해 필자가 살고 있는 저장성 지역은 비록 북방보다 덜 춥기는 해도 겨울철에는 습기를 머금은 한기가 몸을 파고들어 견디기 힘들다.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주택의 난방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신도시 시장 공략과 건설 한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중국의 신도시 시장은 국가 차원의 지원제도와 인프라 구축 없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 공략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중국 통상부’ 내지는 ‘한류지원처’ 같은 부처를 신설하는 것도 검토해봄 직하다. 자생적인 ‘한류’를 고부가가치의 수출상품으로 연결하는 데 한국형 신도시와 주택부문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박인성 중국 저장대학 교수ㆍ토지관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