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꾼의 독설을 처음 대하면 우선 충격을 받습니다. 독설꾼의 첫마디는 대개 도발적이기 때문입니다.
김완섭씨는 한국 인터넷 독설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천리안과 하이텔 시절, 그는 이런 주장을 폈습니다. “모든 여자는 창녀다.” 그리고 “독도는 일본 땅이다.” 충격적이지요? 도발적이지요? 그래서 관심이 확 끌리시지요?
신문/방송 기사도 이런 식으로 씁니다. 첫 문장이 도발적이어야 시청자/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방송은 그래도 지켜야 할 윤리와 규율이 있으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그런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충격과 도발이 난무합니다.
제 첫번째 독설꾼인 바쿠스님의 표어는 “예수가 없어야 행복할 수 있다”였습니다. 그러니 “예수만이 내 행복”인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제 두번째 독설꾼이셨던 살해된 자유님의 리드는 “당신 글은 읽지도 않는다”였습니다. 그래서 “안 읽고 댓글 쓰는 싹수”에 놀랍니다. (싹수=싸가지의 표준말, 싸가지=싹수의 전라도/강원도 방언.-표준국어대사전).
저의 세번째 독설꾼인 bellbud님은 첫 독설에서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말과 개념을 제대로 쓰자면서 전공과 다소 거리가 있어도 꾸준히 글쓰기를 해 온 평미레의 취지를 뿌리부터 깔아뭉개는 발언입니다. bellbud님이 알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글쓴이에게는 경악이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모르고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독설꾼의 첫마디에 놀라면 곧바로 ‘분노’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막바로 자기를 변호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댓글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독설꾼들이 노리는 바입니다. 이성을 잃고 화를 내게 만드는 것이지요. 화를 내면서 첫 댓글을 쓰는 순간 독설 전쟁(flaming war)은 시작됩니다.
서론에서 저는 독설꾼의 목적은 논쟁이 아니라 시비와 모욕이라고 했습니다. 남을 분노시켜서 이성을 잃게 만들고, 그래서 실수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실수를 꼬투리 잡아서 더 큰 모욕을 줍니다. 그 모든 것이 바로 그 ‘도발적인 첫 독설’에 비수처럼 숨겨져 있습니다.
1. 절대로 ‘화’내지 마세요.
따라서 독설꾼의 첫 독설에 화내지 말아야 합니다.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방어든 공격이든 댓글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냉정한 기분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 사람은 독설꾼인가, 아닌가. 그것부터 분명히 가려 내야 합니다.
독설꾼이라는 생각이 들면 잠시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인터넷을 끄고 맛있는 커피나 녹차 한잔 타 드시면서 조용한 음악, 혹은 신나는 노래 몇 곡 들으시면 됩니다. 가까운 곳에 산보를 가셔도 좋습니다. 애인/남편/아내와 함께 쇼핑을 가시거나 영화 한편 보시면 더 좋습니다. 요컨대, 충격이 분노를 바뀌어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댓글 쓰시는 것만 피하시면 된다는 말씀입니다.
2.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물론 이거 어려운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무례한 사람에게 도발 당했다는 느낌, 그거 대단히 참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참아야 합니다. 그 순간을 넘기면, 그러니까 단 5-10분만이라도 지나면, 화가 가라앉습니다. 그러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차분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사람이 왜 그럴까?’
이내 답이 나올 겁니다. ‘아하, 날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구나.’ 그 생각이 떠오르면 웃음이 나옵니다. ‘실 없는 사람’이라거나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날 겁니다. ‘오죽 할 일이 없으면 진지한 토론 자리에 와서 깽판 놓는 일로 소일할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일단 성공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생각이 안 들면, 죄송합니다만, 그런 생각이 들 때까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3. 그냥 ‘무시’하세요.
독설꾼에 대해 ‘실없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4분의3은 성공입니다. 나머지 4분의1은 독설꾼이 싸질러 놓은 독설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독설 전쟁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책은 바로 ‘무시’입니다. 그리고
‘무시하기’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냅니다. 첫째, 내 자신이 격앙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다른 독자들에게도 ‘이거 폭탄이다’ 하고 경계 경보를 내리는 효과도 있고요. 셋째, 무엇보다도 독설꾼을 거꾸로 화나게 할 수 있습니다. 무시당했다는 느낌, 독설꾼들은 그걸 견딜 수 없어 합니다.
그런데 자기 첫 독설이 무시당했다고 화내는 독설꾼은 하급 독설꾼입니다. 다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런 사람은 다루기가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조급해진 하급 독설꾼은 즉각 더 심한 문장을 날릴 겁니다. 막 바로 ‘네가 뭔데 사람 무시하냐’고 나오면 진짜로 무시해 버려도 됩니다. 대화를 나눠 봤자 유익이 전혀 없습니다.
4. 첫 댓글은 ‘동문서답’으로.
중급이나 상급 독설꾼은 무시당했다고 화내지 않습니다.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재차 시도합니다. 톤을 낮추기도 하고 주제를 살며시 바꾸기도 합니다. 또 말투를 ‘빈정거리기’로 바꿀 것입니다. 빈정거림을 받으면 누구나 화가 나잖습니까? 그러나 마찬가지입니다. 화 내지 말고, 잘 생각해서, 무시하셔야 합니다.
정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댓글을 다십시오. 그러나 절대로 독설꾼의 미끼를 물어서는 안됩니다. 말하자면 독설꾼의 독설 내용을 따라가거나 심지어 언급조차 해서는 안됩니다. 항변해서도 안되고 반박해서도 안됩니다. 독설꾼은 곧바로 그걸 물고 늘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동문서답이 좋습니다. ‘저녁은 드셨습니까?’ 라든가 ‘창밖에 비가 오네요’ 하는 정도가 좋을 겁니다. 아니면 아예 웃음 표시 (^^) 하나로만 댓글을 다시는 것도 센스있는 방법입니다. 웃어는 드리되 말려들지는 않는 것이지요. ‘당신 속셈은 알고 있으니 그만 물러 가시지요’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김원필 거사님은 칼럼 시절부터 이 방식을 즐겨 쓰셨던 것 같습니다.^^)
5. 독자 분들께 경고해 드리세요.
블로그나 게시판 지기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고 순순히 물러날 독설꾼이 아닙니다. 지기와 가깝다고 판단되는 독자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bellbud님의 경우, 평소 제 글을 아껴 주시던 분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을 비밀글로 보내더군요. 제가 그걸 공개해 버렸지만요.
그러나 bellbud님은 포기하지 않고 제 블친 두분에게 모욕을 퍼부었습니다. 그분들을 모욕하는 거지만 사실은 그 모욕 속에는 항상 평미레가 끼어 있습니다. 이게 바로 미끼질입니다. 예를 한번 보실까요?
평소에도 소신없이 여기저기 맞장구치고 댕기는 거.. 제가 몹시도 싫어하는 거 익히 알고 계시겠지요~^^? 초점이 명확해지면? 다른 사람들 싸그리 무시하는 처사가 옳다는 얘깁니까? 글을 꼼꼼이 빠짐없이 읽어보시고 맞장구를 치시지요. 지금 누가 누구 욕을 하고 있는지 분간이 안됩니까? (bellbud님은 자기가 싫으면 누구도 평미레 논지에 찬성해서도 안됩니다. 은하계의 사상 검열관?…^^)
조폭들도 끼리끼리 뭉쳐서 댕기는 건 알고 있수? 6년을 사귀었든 60년을 사귀었든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 성품을 못 알아차린 건 당신도 비슷한 사고의 수준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라우. (독자와 지기를 싸잡아서 매도하는 발언입니다.)
독설꾼이 자기 독자들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참기가 두배 세배로 힘듭니다. 제가 bellbud님과 독설 전쟁을 치러야 겠다고 맘을 먹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 안방에서 제 독자 분들을 모욕해 버렸던 게 bellbud님에게는 비극의 씨앗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독설전 발발 직전이라도 마지막 자제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분들에게 양해와 자제의 말씀을 직접 부탁드리는 것이지요. “독설꾼의 준동으로 보이니까 부화뇌동 하지 마시고 무시해 버리십시다”는 직설적인 내용의 댓글을 올려 놓는 것입니다. 이메일로 공지할 수도 있지만 독자분들의 수가 많으면 그게 불가능합니다.
물론 그런 공지를 올리는 게 인간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기 블로그나 카페에 그런 글 올리고 싶은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공개적인 장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해서 남에게 상처를 준다면?’ 하는 생각도 드실 겁니다. 네티켓을 잘 지키시는 네티즌들은 일반적으로 그런 식으로 주저하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독설꾼에 대한 인식이 적으신 독자들부터 분노와 항변의 댓글을 올리시게 됩니다. 그러면 전쟁 예방은 실패로 돌아가고, 걷잡을 수 없는 독설전이 시작됩니다.
암튼, 이상 5가지가 독설전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꾹 참고 무시하기’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독설꾼들은 상대의 신경 건드리는 법을 기가 막히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의 본능적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기나 독자들께서 댓거리를 하시다 보면 어느새 독설전이 시작돼 버립니다.
독설전이 시작되면 이젠 다른 길이 없습니다. 블로그/게시판/카페 지기는 소방수(firefighter)가 돼야 합니다. 소방수 역할을 하려면 이성을 잃어서도 안되고, 화를 내시면 더더욱 안됩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한발 앞서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독설꾼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오히려 내 페이스로 독설꾼을 끌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카운터 블로우를 날려야 합니다.
글이 또 길어 졌군요. 다음 글에서는 소방수의 마음가짐과 소방 테크닉에 대해 저의 최근 경험을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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