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식/중국 茶

<10> 한국의 커피 大家들

박영복(지호) 2006. 2. 27. 09:46
 

<10> 한국의 커피 大家들

 국내에도 커피맛을 내는 데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을 공인받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커피전문가 중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몇 명의 大家급을 만나 인터뷰했다.

  

  

  ◈ 文準雄 - 한국 최초의 커피 박사

  

  『커피는 인간이 찾아낸 것 중 가장 향기가 많은 식품』

  


  한국은 인스턴트 커피에 관한 한 맛과 생산량에서 세계 정상급이다. 文準雄(문준웅63)씨는 한국의 인스턴트 커피 개발사의 핵심인물이다. 그는 동서식품에서 14년간 연구와 마케팅 이사로, 미원음료에서 공장장과 대표이사 등으로 일하며 한국의 인스턴트 커피업계를 선도한 인물이다. 文씨는 국내에선 최초로 커피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경희大 커피과정 주임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커피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한국이 인스턴트 커피 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서 인스턴트와 원두 커피의 비율이 9대 1 정도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경우다. 우리가 인스턴트 부문에서 강한 이유는 우선 품질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냉동건조 기술에서 한국은 미국 등에서 기술을 배워 왔지만 그 운용면에선 그들을 능가하고 있다. 또 국내 커피업계의 마케팅이 인스턴트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우리도 원두 커피의 소비가 느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는가.

  

  『커피는 향기가 본질인데 인스턴트로 만들면 휘발성 성분이 70% 정도 사라진다. 결국 좋은 커피를 쓸 필요가 없는 구조다. 우리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자연히 원두의 비중이 늘게 될 것이다. 커피 과학자 중에 마이클 시베츠라는 사람이 있는데 커피를 중량으로 팔고 잔 수로 계산하는 것은 오류라면서 「커피의 가치란 향에서 나오는 것인데 어떻게 측정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반문한다. 스타벅스의 성공요인도 바로 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커피를 주제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내 박사 논문의 주제는 커피향의 변화다. 인간이 찾아낸 것 중 가장 많이 마시는 기호식품이 커피인 이유는 향이 가장 풍부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약 800가지의 향이 함유돼 있다. 차(홍차)는 약 400가지, 보통 음식은 수십 가지의 향을 갖고 있을 뿐이다』

  

  ―커피의 기능이 뭐라고 생각하나.

  

  『커피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다른 음식보다 뛰어난 향과 맛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활력을 주고 피로를 풀어 주는 성능이 있다는 점이다. 카페인이 들어 있다는 것은 마이너스보다 플러스 요인이 많다. 미국은 세계 커피 소비량의 25%를 소비하는데 그 중 절반을 아침에 소비한다. 그게 바로 활력을 주는 효능 때문이다. 셋째는 사람들이 어울리게 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어떤 커피가 맛있는가.

  

  『나는 콜롬비아 특급,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만델링 등을 좋아하지만 이런 것을 믹스한 블렌딩을 더 좋아한다. 커피맛은 보완하면 더 좋아진다』

  

  

  

  ◈ 李禎基 - 가장 회원이 많은 커피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

  

  『커피를 우려 낼 때 초기의 맛이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

  


  커피에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 중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 李禎基(이정기49)씨가 운영하는 「커피집(cafe.daum.net/ coffeehouse)」이다. 1999년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커피 마니아들의 활발한 논의 무대가 된 커피집에는 현재 회원이 8000명이 넘는다. 李禎基씨는 1980년대 말부터 커피 원두 수입상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기 시작해 이제는 「한국형 커피」를 개발했다고 자부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커피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원두 커피 수입회사를 운영하는 사촌 형님이 1988년에 커피를 한번 먹어 보라고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나는 원래 茶만 마셨는데 그 커피의 맛과 향에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 그 이후 커피에 빠져 아예 원두 커피 수입 등 커피 관련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커피 관련 사업을 한다고 커피맛을 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커피 공부를 하려니까 국내에선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외국 책을 보고 맛도 보면서 터득해 나갔다. 커피의 맛을 정말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여러 가지 커피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맛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는데 고급 커피인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하루에도 수십 잔씩 여러 달을 마시면서 비로소 커피맛에 눈을 떴다. 그 이후 産地별 커피맛의 차이점을 알 수 있게 됐다』

  

  ―스스로 한국형 커피맛을 찾았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커피를 추출하다 보면 처음에는 사람들 입맛에 맞는 성분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쓴맛 등 역한 성분이 나온다. 나는 원두 커피에 물을 부으면서 초기에 나오는 부드러운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는다는 것을 터득했다. 그동안 강좌를 통해 수백 명에게 이 방법을 전수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이 맛이 가장 낫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커피집」은 어떻게 개설하게 됐나.

  

  『1990년대는 우리 커피 문화가 인스턴트에서 원두 커피 시대로 진행되는 첫 단계였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서도 정보가 없어 내 노하우를 전달하고 대화의 광장을 열어 보자는 차원서 만들었다.

  

  나는 남을 간섭하는 것도 남에게 간섭 당하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라 커피집에서 논란되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만 마니아들의 대화공간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계속 유지할 뿐이다』

  

  ―앞으로 뭘하고 싶나.

  

  『커피맛을 내는 중요 포인트는 로스팅(커피를 볶는 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로스팅-분쇄-추출까지 일관된 본격적인 한국형 커피를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는 요즘 커피창업 컨설턴트로 활약하면서 대학에 개설된 커피창업자 과정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요즘 커피점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助言(조언)한다.

  

  『절대로 빚내서 출발하면 안 된다』

  

  

  ◈ 朴利秋 - 커피맛의 大家로 불린 4인방 중 1인

  

  『아침 食前에 혼자 마실 때 커피의 본맛을 느낄 수 있어』

  


  1990년대에 커피맛의 大家로 「1徐3朴」이 회자된 적이 있다. 명동 미도파백화점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던 서정달씨, 「마도로스 박」으로 불린 박상홍씨, 다도원 운영자 박원준씨, 「보헤미안」의 주인 朴利秋씨가 그들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은퇴했으나 朴利秋(54)씨는 현재도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에서 「보헤미안」이란 커피집(033-644-1826)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오이타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만 초창기 20여 년간 보낸 그는 일본식 커피에 정통하다.

  

  ―커피에 관련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나는 30代 중반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목장을 운영했다. 1980년대 말 직업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으로 일본 東京에 가서 「커피와 스낵」에 관한 교육을 1년 넘게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카페를 열려고 했는데 우리 사회가 너무 술에 젖어 있어 커피를 주로 파는 점포를 열게 된 것이다. 1988년 서울 혜화동에 「보헤미안」을 연 이후 안암동, 강원도 소금강, 경포대 등 자리를 옮겨 가면서 15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이다』

  

  ―최고의 커피맛은.

  

  『내가 개발한 보헤미안 믹스다. 단일 품종으로 된 원두를 제일로 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여러 가지를 섞어 맛을 보완한 블렌딩 커피가 낫다고 생각한다. 보헤미안 믹스는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케냐産 生豆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케냐가 없으면 인도네시아 만델링, 그게 없으면 코스타리카를 넣는 방식이다. 나는 로스팅부터 분쇄, 추출까지 스스로 하기 때문에 맛의 일관성을 갖고 있다. 나는 특히 강하게 볶는 스타일인데 이 맛이 한국 사람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내 목표는 세계 수준의 맛이지 한국적인 것은 아니다』

  

  ―일본은 커피에 관한 한 세계적 성가를 날리지는 못하지 않은가.

  

  『수준을 떠나 그들은 분명히 일본적인 커피를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커피에 대한 자세가 진지하다는 점이다. 주인이 주전자를 잡고 물을 부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커피맛을 좌우하는데, 그들에겐 주인-고객 관계를 떠나 봉사의 자세를 갖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너무 상업적이다』

  

  ―왜 가게 이름을 「보헤미안」이라고 지었나.

  

  『나와 친한 일본인 커피전문가가 지어주었다. 그는 이곳저곳 떠도는 내 인생경력을 잘 아니까 「인터내셔날 하우스 보헤미안」이라고 작명해 줬다』

  

  ―커피맛은 새로운 창조가 가능한가.

  

  『커피는 원두부터 볶는 것, 분쇄하는 것 등 과정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이 난다. 때문에 수없이 연구를 해야 진짜 맛있는 커피를 얻어 낼 수 있다. 나는 항상 이런저런 배합을 해보고 볶아 보면서 연구한다. 그렇게 해서 개발되면 다른 나라에 가져가서 작품성을 평가받는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 커피의 참맛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지 일반적인 보통 메뉴로선 그저 장사에 그칠 뿐이다』

  

  ―커피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마셔야 맛있나.

  

  『오전에 일어나서 식사 전에 혼자 있을 때 커피의 본맛을 느낄 수 있다. 뜨거운 커피가 차가워질 때까지 맛이 변함이 없는 것이 진짜 좋은 커피다』

  

  朴씨는 현재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경희大, 단국大, 강릉大, 상지大 등에 설치된 커피전문가 과정 강사로 커피 교육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 朴明珍 -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 교육팀장

  

  『갓 볶아 금방 추출한 것이 커피의 참맛』

  

 


 스타벅스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급성장하는 커피 체인이다. 커피 마니어급들은 획일화된 맛에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파격적인 성장에는 분명히 나름대로의 비밀이 있을 것이다. 국내서도 1999년 梨大(이대) 앞에 1호점을 낸 이래 현재까지 62개의 체인이 형성됐고 앞으로 2년내 300개 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의 교육팀장을 맡고 있는 朴明珍(박명진․52)씨를 만나 秘法(비법)의 一面을 들어봤다.

  

  ―언제부터 커피에 관련했나.

  

  『1997년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있는 시애틀로 가서 3개월간 공부하면서 커피를 알게 됐다. 스타벅스의 국내 1호점 店長(점장)을 지냈고 2000년부터는 새로 여는 곳의 종업원들에 대한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스타벅스가 중점을 두는 사항이 뭔가.

  

  『최고의 要地(요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과 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강한 커피향이 강점인데 우리는 커피 본래의 향을 살리기 위해 禁煙(금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도 향수를 못 쓰게 한다』

  

  ―맛을 내는 비결은 뭔가.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인 기본 매뉴얼이 적용된다. 그것은 오랜 기간 터득한 맛의 비밀이기도 한데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를 뽑을 때 샷(액을 뽑는 것)에는 18~23초 걸린다.

  

  만일 그 시간이 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버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원두 봉투를 개봉하면 공기와 접촉하지 않게 밀봉해 주고, 일단 뜯은 후 1주일이면 버리게 돼 있다. 우린 철저히 원칙을 적용한다. 그것이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사용하는 커피는 뭔가.

  

  『미국 본사에서 블렌딩해 로스팅한 것을 가져다 쓴다. 때문에 세계 각국의 스타벅스는 맛이 동일하다. 다만 나라마다 기호에 따라 우유를 더 많이 넣느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맛에서 특히 강조되는 점은 뭔가.

  

  『生豆를 볶는 방법이 특이하다. 原豆를 볶을 때 섭씨 200도 전후에서 8분 정도 지나면 팝콘현상이 일어나는데 시중에서 팔고 있는 것은 이 상태의 것이 많다. 반면 스타벅스는 10~12분 정도 볶아 고소한 맛을 내게 된다. 이 경우 커피 회수율은 크게 떨어지지만 맛은 더 진해진다』

'중국소식 > 중국 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차밭사진 몇장  (0) 2006.03.02
<11> Coffee 맛있는 커피집 스물일곱 곳  (0) 2006.02.27
<9> 커피와 건강  (0) 2006.02.27
<8> 커피의 과학  (0) 2006.02.27
<7> 커피의 경제학  (0) 200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