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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궁녀 간통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박영복(지호) 2005. 6. 2. 15:13
방출궁녀 간통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방출궁녀 간통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출처:475

조선시대엔 구중궁궐에 궁녀로 있다가 왕궁밖으로 내보내어진 이른바
'방출궁녀(放出宮女)' 와는 누구도 함께 잠자리를 해서는 안되는
율법이 있었다.

이 율법을

'방출 궁녀 간통 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이라고 했다.


아마 대장금을 즐겨 시청하셨던 분들은 기억하고 있으실 것이다 .

선조때 도승지로 있던 오성 이항복의 집에는
겸인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방출된 한 궁녀를 사랑하여 사통한 일이 발각되었다.
겸인이란 요즘으로 치면 사무장 정도의 직책이다.

그래서 이 사람은 방출 궁녀 간통 금지 법률을 위반한 죄로

포도청에 구금된 것은 물론 장차 사 형에 처해질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오성은 당시 도승지라는 막강한 지위에 있었슴에도 불구하고
중죄를 저지른 이 겸인을 빼낼 궁리가 마땅치 않았다.
해서 기회를 엿보던 어느날 퇴근한 이항복에게
궁에서 부터 급한 일로 입궐하라는 기별 이 왔다.

'옳지, 천우신조의 기회로다.
오늘이 아니면 두번다시 기회는 없으 렸다.'
이렇게 생각한 오성은 급히 들어오라는 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을 지체하며 늦게 입궐했다.

기다리다 짜증이난 선조는 도승지가 나타 나자
임금의 부름에 지체했다며
화를 내고는 그 까닭을 묻는 것이었 다.
이에 오성이 늦게 된 이유에 대해 아뢰었다.
 


'전하, 황공하여이다.
명을 받자와 급히 대궐로 달려오는 중에
종루가(鐘樓街)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웃으면서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를 물어보니 사람들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그 이야기란 또 무엇인가?'
임금이 아직 화가 덜 풀려 도승지를 노려보는데
오성은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지어내어 아뢰는 것이었다.

'전하 오늘 저녁때 배고픈 모기 한마리가 날아다니다가

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진드기'라는 벌레를 만났다고 합니다.
이 진드기는 별종진드기인데다 자라면 콩알만큼 크는데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하지 못 하는 곤충입니다. '



'그래서 소의 피를 빨아먹으면 빨아 먹을수록
계속 몸의 가죽이 늘어나 커지다가
마침내 더 커지지 못하면 가죽이 터져 죽는 벌레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잘 아는 진드기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계속 피를 빤다고 합니다.'

'마침 진드기는 배설을 하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던 터인데
모기를 보다니
다음과 같은 간절한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봐 모기야,

나는 본래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못하니
배가 팽창되어 더 이상 견디기 어렵구나.
만일 네가 가진 그 날카로운 침으로
내 뱃대기를 찔러 구멍을 하나 뚫어준다면
그 구멍으로 배설을 할 수 있다 면 얼마나 좋을까.'



'모기야 제발 내 아랫배에 구멍을 하나만 뚫어다오.'
그러자 모기는 화들짝 놀라면서 말하길,
'너 무슨 큰일날 소리를 해? 근래에 도승지 이항복의 겸인은,
어떤 여인이 본래부터 가 지고 있던 아랫배 아래의 구멍을 다시 뚫었는데도
중죄에 걸려 구금되어 있지 않았더냐?'

'하물며 너의 그 본래부터 구멍이 없던 배에다가

내가 새로 구멍을 뚫으면 죄가 훨씬 더 무거울 텐데,
내 어찌 그런 짓을 하겠니? 어림도 없다.
날 죽일 소릴랑 하지도 말아.'



'모기는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날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전하! 신이 이 이야기를 듣고서 의혹 이 많이 생겨 좀 깊이 생각하느라고
그만 시간이 지체 되었습니다.
통촉해 주옵소서.'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임금은 빙그레 웃으면서,

'내 또 경이 무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노라.
지금 그 얘기는 옛날 동방삭의 해학과 비슷한 데가 있는거 같아.
경의 겸인이 구금된 것에 관련된 이야기로다.'

이로써 겸인의 죄는 면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성의 말 재간이 좋은 줄은 알지만 만인앞에 평등하고 엄정해야 할 법에
정실이 있으니 오늘날의 혼탁한 사회는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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