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궁녀 간통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출처:475
조선시대엔 구중궁궐에 궁녀로 있다가 왕궁밖으로 내보내어진 이른바 '방출궁녀(放出宮女)' 와는 누구도 함께 잠자리를 해서는 안되는 율법이 있었다.
이 율법을 '방출 궁녀 간통 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이라고 했다. FONT>
아마 대장금을 즐겨 시청하셨던 분들은 기억하고 있으실 것이다 .
선조때 도승지로 있던 오성 이항복의 집에는 겸인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방출된 한 궁녀를 사랑하여 사통한 일이 발각되었다. 겸인이란 요즘으로 치면 사무장 정도의 직책이다.
그래서 이 사람은 방출 궁녀 간통 금지 법률을 위반한 죄로 포도청에 구금된 것은 물론 장차 사 형에 처해질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FONT>
오성은 당시 도승지라는 막강한 지위에 있었슴에도 불구하고 중죄를 저지른 이 겸인을 빼낼 궁리가 마땅치 않았다. 해서 기회를 엿보던 어느날 퇴근한 이항복에게 궁에서 부터 급한 일로 입궐하라는 기별 이 왔다.
'옳지, 천우신조의 기회로다. 오늘이 아니면 두번다시 기회는 없으 렸다.' 이렇게 생각한 오성은 급히 들어오라는 어명에도 불구하고 STRONG> 일부러 시간을 지체하며 늦게 입궐했다.
기다리다 짜증이난 선조는 도승지가 나타 나자 임금의 부름에 지체했다며 화를 내고는 그 까닭을 묻는 것이었 다. 이에 오성이 늦게 된 이유에 대해 아뢰었다. FONT>
'전하, 황공하여이다. STRONG> 명을 받자와 급히 대궐로 달려오는 중에 종루가(鐘樓街)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웃으면서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를 물어보니 사람들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었다면서 FONT>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STRONG>그 이야기란 또 무엇인가?' 임금이 아직 화가 덜 풀려 도승지를 노려보는데 오성은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지어내어 아뢰는 것이었다.
'전하 오늘 저녁때 배고픈 모기 한마리가 날아다니다가 FONT> 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진드기'라는 벌레를 만났다고 합니다. FONT> 이 진드기는 별종진드기인데다 자라면 콩알만큼 크는데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하지 못 하는 곤충입니다. '
'그래서 소의 피를 빨아먹으면 빨아 먹을수록 FONT>계속 몸의 가죽이 늘어나 커지다가 FONT> 마침내 더 커지지 못하면 가죽이 터져 죽는 벌레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잘 아는 진드기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계속 피를 빤다고 합니다.'
'마침 진드기는 배설을 하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던 터인데 모기를 보다니 다음과 같은 간절한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봐 모기야, FONT>나는 본래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못하니 FONT> 배가 팽창되어 더 이상 견디기 어렵구나. 만일 네가 가진 그 날카로운 침으로 내 뱃대기를 찔러 구멍을 하나 뚫어준다면 그 구멍으로 배설을 할 수 있다 면 얼마나 좋을까.'
'모기야 제발 내 아랫배에 구멍을 하나만 뚫어다오.' 그러자 모기는 화들짝 놀라면서 말하길, FONT> '너 무슨 큰일날 소리를 해? 근래에 도승지 이항복의 겸인은, 어떤 여인이 본래부터 가 지고 있던 아랫배 아래의 구멍을 다시 뚫었는데도 FONT> 중죄에 걸려 구금되어 있지 않았더냐?'
'하물며 너의 그 본래부터 구멍이 없던 배에다가 FONT>내가 새로 구멍을 뚫으면 죄가 훨씬 더 무거울 텐데, FONT> 내 어찌 그런 짓을 하겠니? 어림도 없다. 날 죽일 소릴랑 하지도 말아.' STRONG>
'모기는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STRONG>날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전하! 신이 이 이야기를 듣고서 의혹 이 많이 생겨 좀 깊이 생각하느라고 그만 FONT>시간이 지체 되었습니다. 통촉해 주옵소서.'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임금은 빙그레 웃으면서, '내 또 경이 무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노라. 지금 그 얘기는 옛날 동방삭의 해학과 비슷한 데가 있는거 같아. FONT> 경의 겸인이 구금된 것에 관련된 이야기로다.'
이로써 겸인의 죄는 면하게 되었다고 한다. FONT>오성의 말 재간이 좋은 줄은 알지만 만인앞에 평등하고 엄정해야 할 법에 정실이 있으니 오늘날의 혼탁한 사회는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나 아닌지. FON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