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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지 / 상념

박영복(지호) 2005. 5. 9. 06:20



        상념/詩.이효녕



        ..........................................................................

        .상념·15­하루


        발가벗긴 일상日常 쫓아다니다

        꽃향기에 취하고 싶어

        꽃밭을 일거 낼 시간 준비하다 보니

        벌써 노을 꽃이 서녘에 만발하다

        어둠이 널린 도시로 찾아드는 어스름 안고

        수초 사이 누비는 수족관 물고기처럼

        내 모습 갇혀있는 거리를 걸어간다



        등 안개 가득한 카페의 불빛

        눈가에 어설프게 몰려왔다 가고

        고독이 지나간 거리만큼 내려앉은

        커피 잔에 띄어진 내 얼굴

        어느덧 짧은 시간에 갇혀

        반죽된 탁자 위에 오른다



        아름다운 추억 못 잊어

        나날이 그대 앞에 내밀 유서 적어

        어둠에 묻으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어보는 하루

        마지막 그림자에 내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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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념·16 ­그 카페에는 음악이 없다


        자신의 인생처럼 식어 가는 커피 향

        콧속을 맴돌다가 벽면 배회하니

        남은 시간은 도피하여 속도 내고

        창가의 햇살들 실내의 어둠 사이로 빠져나와

        적막 겨냥하던 거울에서 불빛으로 살아난다

        내장 속에서 출렁거리는 실내

        귀퉁이 차지한 피아노 건반 위에 반달 걸어놓고

        낯선 건널목 건너온 인형만 홀로 남아

        이끼 낀 목소리로 자신의 얼굴 보며

        홀로 노래 부른다

        하지만 귓전에 아무 소리도 남지 않는다

        소금으로 짜게 절여진 인생 앞에

        음악이 아닌 비음悲音이 들려오는 공간 어디쯤

        이미 향일성 벌레가 되어 있는 나는

        푸른 그리움이 넘치는 출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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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념·17 ­가을이 오면


        두 개의 세상 만드는

        가을이 돌아오면

        색감의 지친 영혼들이

        제 살을 뚫고 색채를 바꾼다

        어디를 보아도 자기를 스스로 비워

        붉은 팬지꽃 태운 자국뿐이다



        적요에 닿는 낮 달

        아득한 그리움 바람결에 담아

        하늘의 하얀 구름이 쓰는 마지막 편지

        기러기도 애틋한 사연 입에 물고

        산 너머로 멀리멀리 날아간다

        외로움 가득한 눈물 그렁거려 보이면

        물기 꼭꼭 쪼아대던 오후 햇살은 퍼져

        내 몸에 옮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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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념·18­노을


        종탑에서 종소리 쏟아지는

        저녁노을 가득한 언덕에 서서

        소리없이 다가오는 내일을 바라본다

        윤회輪廻의 바퀴 혼자서 돌려가며

        여기까지 살아온 삶

        조용한 마음 하나로 풀어본다

        지쳐 쓰러질 작은 생명을 위하여

        지난 삶 바동거리며 벗겨내는

        이 시간만큼은 화려한 외출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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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념·19 -지난 여름밤


        개똥벌레 밤이슬에 젖어

        날지 못하고 누워 있는 밤

        풀잎 헤치면

        떠돌던 별들이 수북하게 숨어있다

        오늘밤 바람은 잠들었지만

        내 곁을 떠돌던 꿈도 잠들어 있겠는가

        어째서 나는 깨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누군가 그리워하며

        그대로 잠이 든 채 꿈을 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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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념·20 -낙화,/b>


        내가 꽃으로 피어날 때

        내 가슴에서는 피어나지 말거라

        아름다움이 떨어져 슬픔이 차 오르면

        그리움의 꽃잎 차지할 자리가 없다

        지금 밖에는 꽃잎 흔드는 바람 뿐이라

        떨어져 날아다니는

        그대의 모습 지금도 근심한다



        *소스/엣플릿동호회 신기제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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