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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는 한국의 전통차가 아니다.

박영복(지호) 2009. 9. 9. 08:41

        

 

대부분 사람은 녹차가 한국의 전통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차 종류를 구별할 때 불발효차(녹차, 덖음차)·반발효차(우롱차)·발효차(홍차)·후발효차(보이차)가 있는데,

녹차는 불발효차의 대표격이다.

그러나 녹차는 일본차의 고유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즉, 나름대로 차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홍차에 대항

하는 세계적인 차 상품을 만들어 내려는 목적에서 ‘블랙 티’라는 홍차 색깔에 빗댄 이름에 맞서 ‘녹차’라는

이름을 내세웠다. 또 일본차는 찻잎을 쪄 만드는데(증제 제다), 차를 찌면 녹색이 훨씬 강해지므로 녹차

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이에 비해 한국 전통차는 덖어 만드니 녹차보다 녹색이 덜하고 맛도 찐 맛보다

구운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차는 녹차라고 부르면 안 되고 한국차 또는 덖음차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녹차를 한국 전통차라고 알고 있는 게 대세여서 ‘전통 녹차’라고까지 한다.

일본 쪽에서 보면 한국인들이 일본 전통차를 한국차로 홍보해주는 셈이다. 녹차가 일본차라는 주장은

녹차를 만드는 방식(증제 제다)뿐만 아니라 원료(생찻잎)가 일본 계통이라는 점에서도 맞는 말이다.

즉, 녹차 원료는 ‘야부기타’라는 일본 개량종 차나무 잎인데, 야부기타는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한국의

대규모 다원에 이식해 오늘날 넓게 퍼져 있다.

 

한국 재래종 차나무는 뿌리가 직선으로 곧게 뻗는데(직근성) 일본은 지반이 화산암이어서 뿌리가 옆으로

뻗는(횡근성) 차나무가 필요해 야부기타를 개량해 냈다. 횡근성인 야부기타는 위에서 내려오는 양분을

받아먹어야 하므로 필히 비료를 주게 된다.

비료를 주면 쑥쑥 잘 자라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비료를 받아 쑥쑥 자라면 연약하고, 비료의

단맛 기운이 강해 벌레가 끓는다. 농약을 쳐야 하는 이유다. 비료 기운을 잡초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제초제

도 뿌린다.

차는 과일처럼 씻거나 깎아 먹을 수 없어 농약 문제가 따른다.또 깊은 곳까지 뿌리내려 암석의 게르마늄

성분 등 각종 미네랄이나 땅의 기운을 흡수해 자란 직근성 한국 토종(재래종)차와, 비료와 농약을 치는

야부기타 중 어느 쪽이 더 나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야부기타는 그렇다치고 한국 재래종이 오늘날까지 자신의 미덕을 고수하고 있느냐도 문제다.

1970년대 이후 일부 기업이 차사업을 시작하면서 원료가 부족해 남부 지방의 재래종 찻잎을 구해 썼다.

그때 찻잎을 따러 가는 사람들이 비료자루를 들고 올라가 뿌리고, 내려올 때는 그 자루에 찻잎을 담아 왔다

고 한다.

직근성 재래종이 비료에 적응해 횡근성 변종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일단 횡근성이 되면 계속 비료를 줘야

산다. 다시 직근성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이 또한 한국 차문화의 현주소다.

적지 않은 기존의 한국 재래종 차밭이 고향을 잃은 변종 차밭이 되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