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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지 컬럼] 4대강 사업과 라인강, 도나우강

박영복(지호) 2009. 7. 10. 09:50

[임혜지 컬럼] 4대강 사업과 라인강, 도나우강

 

 

 » ‘낙동강상수원 남강이전계획 저지 서부경남행동연대’의 한 회원이 6일 오전 11시 진주시 진주성 내 촉석루 의암바위 위에서 임진왜란 당시 논개 역을 맡아 정부의 4대강 사업 폐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주뉴시스

 

하회마을의 강변이 4대강 정비사업으로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하회는 서양 건축밖에 모르던 내게 ‘주변 경관과 조화하는 한국 건축의 본질’을 가르쳐준, 문화재의 가치가 높은 마을이다. 하회를 휘돌아 흐르는 강에 보를 세워 물길을 막을 계획이고, 거기다 현대식 물놀이 시설을 설치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하회 경관의 으뜸으로 치는 부용대와 망송정 사이의 모래사장과 솔밭이 침수될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에 나는 독일에서 라인 강과 도나우 강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유럽 최대의 수로이자 희대의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오염되었던 라인 강의 수질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단다. 라인 강에는 2000년도 이래로 63종의 다양한 생선이 서식하고 있으며, 몇 개의 샛강에서는 바다와 강을 오가는 연어의 자연적 증식도 일어나고 있다는 희소식이다. 이는 강으로 방류되는 오수정수처리를 철저히 함과 동시에 국제적인 공조에 의한 ‘라인강 재자연화 공사’에 따른 결과다. 강둑을 허물어 습지와 범람지를 재생하고, 구불구불했던 물길의 원형을 일부 되살린 덕분이다. 이런 재자연화 공사는 홍수방지 대책의 일원이기도 하다.

도나우 강변에 사는 주민들은 건설회사의 로비로부터 도나우 강을 지키기 위하여 벌써 몇 년째 데모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주민들의 성공으로 도나우 강에는 더 이상의 보와 갑문 설치공사를 금지하는 법규가 만들어졌는데도 건설회사의 로비는 얼마나 끈질긴지 계속해서 주정부를 움직여 새로운 공사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도나우 강에 보를 설치하는 공사는 자연 경관과 생태계를 해치고 강물의 흐름을 느리게 하여 수질과 지하수의 질을 저하시킬 뿐 지역사회나 국가에 아무런 경제적인 이익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공사로 인해 이익을 보는 유일한 집단은 건설회사와 에너지 회사(수력발전)이다. 주민들은 도나우 강의 훼손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는 직접적인 손해와 더불어 그들이 낸 세금이 국민 복지나 경기 부양이 아닌, 특정 기업의 이윤으로 고스란히 들어가는 2차적 손해를 보게 생긴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항거하고 있다.

 

그와 같은 시기에 나는 한국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4대강 정비사업 이후에 낙동강과 한강의 수질이 오히려 악화되는 곳이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많은 돈을 들여 정수처리 시설을 새로 설비하는데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아서 수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도나우 강변 주민들이 데모하는 이유와 같은 현상이다.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이 된 독일의 라인 마인 도나우 운하의 경우를 보면 두 개의 강을 연결하는 인공수로 건설보다 기존의 자연하천을 뱃길로 개량하는 공사에 따르는 피해가 더욱 크고, 장기적이고, 광범위하다. 과거에 자연하천이 뱃길로 둔갑한 지역에선 홍수의 피해와 강변 지역의 갈수 현상이 아직도 심각하다. 오죽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강줄기를 다시 옛날의 상태로 되돌리는 재자연화 공사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에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임기 중에는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운하 공사는 기존의 강을 파고 보를 세워 뱃길로 개량하는 공사, 그리고 생땅을 파서 두 강을 연결하는 공사, 이렇게 두 파트로 이루어진다. 임기 후에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했더니 어느새 대운하가 되었다면, 그것은 임기 중에 뱃길공사를 했다는 뜻이다. 자연하천을 뱃길로 개량하는 공사는 엄연히 대운하 건설공사다.

대통령은 두 강을 연결하는 건설 기술에 관심이 많아서 그것을 핵심이라고 부르는지는 몰라도, 대운하로 인한 전국적인 환경 파괴를 예상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은 하천의 뱃길공사를 더욱 큰 리스크이자 핵심으로 친다. 한강과 낙동강을 나중에 연결하거나 말거나, 일단 강바닥을 뱃길처럼 깊이 파고 보를 만들면 환경 파괴를 초래하여 전국의 후손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시방 대운하의 핵심이 무엇인지 단어 정리를 해주는 이유가 ‘강바닥 파고 보 세우는 공사는 대운하 공사와 상관없다’라는 논리를 세우기 위함이라면, 그것은 대통령이 아직 대운하의 구성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믿는 까닭이겠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우리는 지금 손바닥만한 구름으로 해와 달을 가리는 이벤트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공사가 경기부양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느냐는 질문에 독일 전 연방건설부 장관 하우프 박사는 ‘건설 공사로 경기를 부양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대답했고, 유럽 의회의 교통위원인 크라머 의원은 ‘운하 공사같은 고난도 기술공사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은 대형 건설회사와 은행밖에 없으므로 국가적 경기부양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환경전문가 바이거 교수는 ‘경기부양이나 운하 수익은 고사하고 90%의 운하 관리비가 매년 세금에서 나간다’고 경고했다.

속절없이 날리는 운하 건설비나 운하 관리비보다 더 엄청난 금액은 환경 복구비가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빚이다. 그 빚만큼 고단한 인생과 함께. 그보다 더 큰 피해는, 구름으로 해와 달을 가리는 일이 남의 일인 줄 알고 들러리를 선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남은 상처가 될 것이다.

자연법칙은 만국공통이고, 국민이 내는 세금이 아까운 것도 만국공통일진데 어째서 우리나라에선 4대강 정비사업이 검증도 거치지 않고 무대뽀로 진행될 수 있는지 도무지 불가사의하다. 건설회사의 로비가 독일에서보다 더 막강하던지, 우리 국민이 자신과 후손의 손해에 무관심하던지, 이유는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뮌헨에서 임혜지 im1@hanamana.de

글을 쓴 임혜지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10대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 칼스루에공과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뮌헨에서 살고 있는 임씨는 프리랜서로 독일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실측조사와 발굴연구를 하고 있다. 2003년에는 <프리드리히 바이브렌너 시대의 칼스루에 주택>을 독일 유명출판사에서 펴냈고, 그동안 <인터넷한겨레> 등에 써온 글을 묶어 2008년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한겨레출판)을 펴냈다. 이 글은 임씨가 자신의 블로그(www.hanamana.de/hana)에도 실었다. 임씨의 블로그에는 좀더 다양한 글과 이 글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출처가 기록돼 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