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한중일 종합정보

중국의 노동절 풍경

박영복(지호) 2005. 5. 6. 10:14
중국의 노동절 풍경
춘지에, 궈칭지에 이어 7일 쉬는 긴 연휴로 전국이 몸살
5월 1일은 중국의 노동절이자 1995년 중국에서 주5일 근무제(五日工作制)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중국인은 노동절을 우이(五一)라고 부르며 일주일간의 연휴를 보낸다. 춘지에(春節, 7-10일연휴), 궈칭지에(國慶節,7일연휴)와 함께 중국의 가장 긴 연휴기간인 셈이다.

1995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에서 법정공휴일은 110일에 달한다. 중국정부는 쉬는 날을 늘리는 것이 소비를 진작시켜 외자유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또 갈수록 늘어나는 실업문제를 “일 나눠하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주5일 근무제를 조속히 시행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노동절 연휴도 원래는 5일인데 정부의 장려 하에 미리 일주일을 놀고 토, 일요일에 추가로 일을 하는 방식으로 연휴를 일부러 길게 늘렸다. 백화점들은 이 기간에 맞춰 대대적인 세일행사를 준비하고 여행사들도 각종 여행상품을 저가로 내 놓으며 휴일경제(暇日經濟)의 소비를 부추긴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며 각종 소비에 관한 통계수치가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된다.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의 구호를 내걸고 시작한 쟁의투쟁에서 비롯되었으며 이것을 기념하여 1889년 7월, 세계노동자대회에서 5월 1일을 세계노동자의 날로 선포했다. 중국에서는 1918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공업도시에서 알려지기 시작하여 1920년 처음으로 전국적인 노동절 행사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해 12월 정식으로 5월 1일을 노동절로 선포한 바 있다.

 
노동절이 되면 우선 바빠지는 것이 여행사다. 돈 많은 사람들은 해외로, 중산층은 국내 각지로, 서민들은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를 떠나기 때문에 유흥지는 어디를 막론하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꾸궁(故宮, 자금성)과 롱칭샤(龍慶峽, 베이징 근교의 자연풍경구)는 몰려든 관광객으로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할 정도라고 보도될 정도이다. 인산인해를 이루기는 파격세일을 하는 백화점과 상점들도 마찬가지이다. 핸드폰, 전자제품에서부터 생활용품까지 싼 값의 물건을 사기 위해 몰려든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노동절 특수를 누리는 곳 중 하나는 바로 결혼 관련업체들이다. 일주일이나 연휴가 계속되기 때문에 그 중에 길일을 택하여 결혼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는 과부년(寡婦年, 설이 입춘보다 늦어서 입춘이 들어 있지 않은 해)이기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적다고 하지만 시내 곳곳에서 꽃단장을 한 화차(花車, 보통 5대 이상이 동원되어 길게 무리지어 달린다)행렬을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각종 공원에서는 문화행사가 벌어져 평상시에 연마한 기공체조와 춤 솜씨가 펼쳐지기도 한다.

중국정부가 추석과 같은 전통명절에 대해서는 경시하면서 5.1노동절과 10.1궈칭지에를 중시하는 것은 노동자 중심의 프롤레타리아 정권으로서 애국주의와 혁명사상을 고취하고자 하는데 그 숨겨진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기념일들이 원래의 의미보다는 경제적인 효율을 높이는데 더욱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노동절 연휴조차도 중국정부가 최대목표로 하는 “경제건설”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논리인 듯 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게양되는 오성홍기는 갈수록 줄어들고 집집마다 소비되는 붉은 런민비(人民幣, 중국 화폐)는 점점 더 많아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