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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박영복(지호) 2024. 8. 12. 06:25

♡ 판단(判斷)

​인조 때 큰 가뭄이 들어서 농작물이 모두 타들어 가고
민심은 흉흉해졌습니다.

​인조 대왕은 베옷을 입고 신하들과 함께 남한산성에 올라가
기우제를 올렸습니다.

​기우제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굵은 빗방울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기다린 비입니까?

​더욱이 임금님이 친히 베옷을 입고 기우제를 드린 후에
내리는 비가 아닙니까.

​만조백관들과 백성들은 얼싸안고 비를 맞으며 춤을 추며 기뻐했습니다.

​인조 대왕도 기뻐서 같이 비를 맞으며
춤을 추며 기뻐했습니다.

​그때 임금의 눈에 아주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자가 보였습니다.

​한 선비가 갑자기 비가 오니까,
황급히 갓 끝을 붙잡고 비를 피해 처마 밑으로
후다닥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비를 맞으며 춤을 추어도 모자랄 판에
그 비를 맞지 않겠다고 비를 피해서 처마 밑으로 피하다니
저런 고얀 놈이 있단 말인가?

​화가 난 임금의 불호령이 내렸습니다.

​"저놈을 당장 잡아서 끌어내려라!"

​선비는 졸지에 비를 피한 죄로 잡혀 왔습니다.

​"네 이놈. 지금 오는 이 비가 무슨 비인 줄 아느냐?

​3년 동안 내리 가물어서 짐이 신하들과 함께
베옷을 입고 이곳에 올라와 하늘에 죄를 청하고 지성을 드리니
하늘이 감복하시어 비를 내리셨고

​만조백관들과 백성들은 너무 기뻐서 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노래하는 데 너는 그 비를 피해 처마에 피하다니
비를 맞는 게 그렇게 싫은 거냐?"

​"여봐라. 저놈을 당장 형틀에 묶고 주리를 틀도록 하여라!"

​그때 잡혀 온 선비가 외쳤습니다.

​"전하, 소인의 말을 한 번만 들어주시옵소서"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그래 무슨 말이냐?"

​"전하, 지금 오고 있는 비가 얼마나 귀한 비입니까?

​내리 3년 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임금님께서
베옷을 입고 기우제를 드리니,
하늘이 감복하시어 비를 주셨습니다.

​빨리 한 방울의 비라도 메마른 땅을 적셔야지,
이런 비를 저 같은 비천한 몸이 맞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처마 밑으로 피한 것이 옵니다."

​인조 임금은 그 말을 듣고 자기의 생각도 틀렸고,
비를 맞으며 춤을 춘 신하와 백성들보다
비를 피한 선비가 더 충성스러운 백성인 걸 알고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톨스토이는 "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해지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착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의외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자신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념의 잣대로,
종교인들은 자기 신앙의 잣대로,
지식인들은 학문의 잣대로, 상식의 잣대로,
경험의 잣대로, 지역의 잣대로~~

​모두 한가지씩 잣대를 가지고 주관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섬에 사는 사람, 도시 빌딩에 사는 사람,
그리고 첩첩산중에 사는 사람이 "해는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가?"로 논쟁을 벌였습니다.

​섬에 사는 사람은 "해는 앞 바다에서 떠서
뒷 바다로 진다"고 하고,

​도시 빌딩에 사는 사람은 "해는 앞 빌딩에서 떠서
뒷 빌딩으로 진다"고 하고,

​첩첩산중에 사는 사람은 "해는 앞산에서 떠서
뒷산으로 진다"고 했습니다.

​각자 자기 경험만이 옳다고 주장하니
소리만 높아지고 결론이 나질 않습니다.

​우리의 주관적인 생각, 경험, 지식 등은
이렇게 오류가 많습니다.

​내 입술이라고 상대방을 내 잣대로 판단하고,
배우자를, 자녀들을, 또는 주변의 사람들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지식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님을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옮겨 온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