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재판관 목마른 사슴이 옹달샘을 찾듯이 오늘도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여기 있는 이 사람은 특정업무경비를 순수한 특정업무경비에 쓰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출근을 할 수 없는 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생활비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로 말씀드리자면 6년 전 특정업무경비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이 자리에 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례적인 특정업무경비로는 도저히 차카게 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오늘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일반 특정업무경비가 아닌 소장의 특정업무경비가 필요함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차카게’ 살겠다는 마음으로 특정업무경비를 생활비에 쓰려고 하니 제가 주는 쪽지를 보는 즉시 ‘OK’라고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특정업무경비로 제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생계형 형님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이 오늘도 이렇게 기업에 계신 분들 앞에 섰습니다. 저로 말씀드리자면 ‘만사형통’ 하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지만, 이제부터 ‘차카게’ 살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의원실이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매달 운영비를 지원해주신다면 돈세탁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나는 결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차카게’ 의원실을 운영하려고 하니 주머니를 열어주세요. 안 열어주면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에서 히트가 된 단어가 ‘생계형 권력주의자’다. 생계형과 권력주의자는 도저히 같이 붙을 수 없는 낱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붙어서 멋있는 단어가 됐다. 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뛰어넘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글·윤무영 | 그림·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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