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그 사람이 녹이 슬어
못쓰는 연장처럼 망가지기를 바라는 일이다.
내 마음이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몸이 산화되는 쇠처럼
군데군데 벌겋게 부스러지기 시작하여
연모 구실을 못하게 되길 바라는 일이다.
그래서 버림받거나
버려지게 되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곁에 있는 내 몸도
함께 녹이 슬어 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욕하고 비난하는 일은
내 비난이 독이 되어 그가 쓰러지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에 대한 나의 비난의 소리가 귀에 들어가
그도 아파하고 상처받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난과 저주는 독초와 같아서,
그에 대한 독설이 계속되는 동안 독을 품고 있는 일이어서
그 독은 내 몸에도 똑같이 스며든다.
그 독으로
내가 먼저 쓰러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예리한 칼날로 그의 마음 한 복판을 베어내는 일이다.
내 원망하는 소리가 그의 귀에 다가가
그가 피 흘리며 아파하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과 육신에 칼질을 하는 동안
나도 그 칼에 몸 어딘가를 베이는 일이다.
나도
수없이 피 흘리며 상처받는 일이다.
나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으며
상대방만 피 흘리게 할 수 있는 싸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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